Review/Book

[규칙 없음] 리뷰

Susie Bannion 2023. 11. 9. 15:24

 

급류 타기를 할 때는 탈출이 어려운 ‘홀(hole)’을 보지 말고 그 옆의 속이 보이는 평탄한 물길을 보라고 한다.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피해야겠다는 생각에 위험한 곳을 계속 바라보면 자기도 모르게 그쪽으로 노를 젓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로 말한다. 배우고 협력하고 성취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이다. 운동선수가 부상을 너무 걱정하다 보면 몸을 날렵하고 자신 있게 움직일 수 없다. 그렇게 하다가는 피하려고 애를 쓰는 바로 그곳으로 빠지고 만다.

 

 

1. 소감

간단하게 정리하면, [비범한 인재를 밀도있게 채우고, 복잡한 규정과 승인을 없애 주체적인 업무를 진행하게 하라]. 여기에 키퍼테스트, 피드백 서클(공개 피드백&정기 피드백 등) 등의 팁이 곁들여진 내용. 이게 말로만 그런게 아니라 정말이구나, 싶은 생생한 증언들이 넷플릭스의 사훈을 뒷받침한다. 그들의 맹렬한 자유, 숨막히는 책임감. 동아시아의 상명하복 문화가 익숙한 사람에게는 여러가지 의미로 신기한 문화. 한번쯤 겪어보고싶다.

사실 스스로 물어보면 되기도 한다. 내가 만약 상사라면, 지금의 나를 데리고 있기를 원할까? 적어도 이전 회사에서만큼은 난 당당하게 YES였다. 프로의 세계 혹은 성공 가도를 원하는 이라면 넷플릭스팀은 눈여겨볼 세상인 듯하다. (잡플래닛 평점도 준수한편이다. F&R-Freedom and Responsibility 개념이 5점만점에서 3.6이면 한국에서도 나쁘지않게 작용하는 것같다)

 

 

2. 개인 의견

넷플릭스 문화가 조성되기 위해서는 밀도높은 인재들의 집합과 해고의 자유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일단 한국은 미국보다 해고의 자유가 매우 낮기때문에, 구조조정과 같은 특수한 이유를 내세워서 해고를 진행해야 한다는 점부터 어려움이 있다. 한편으로 충성심을 매우 강조하기때문에, 평생직장이 없다는건 다들 아는 사실이지만 모두가 지금 다니는 직장이 평생직장인 것처럼 위장하며 지내야한다. 그래서 월요일이나 금요일이 아닌 화~목 중 애매한 날에 휴가나 반차를 내면 ‘이직 면접보러 가는거 아냐?’ 라는 뒷말이 나오는 걸테다.

 

노동법은 차치하고서라도, 한국이 당면한 문제는 인적 자원을 어떻게 확보하냐다. 최근 매우 재미있는 글을 봤는데, 어떤 사람이 자기 회사에서 내려온 공지를 공유했다. '어차피 신입사원은 누구를 뽑나 1년동안은 거기서 거기이기때문에 너무 괴롭히지 말고 퇴사하지 않게 잘 데리고 있어라' 라는 내용이었다. 지금 이 현상은 내 눈으로 보기에는 매우 특이하다고 느껴지는데, 보통 ‘신입’이라고 함은 열정 빼고는 시체처럼 취급되었었는데 이제는 열정 유무와는 별개로 어떻게서라도 데리고 키워서 써먹어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이 참 신기하다.

이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인재 찾기가 한국보다 훨씬 쉽다. 한국보다 영토 크기도 훨씬 크거니와, 세계 공용어인 영어를 쓰고, 인도나 중국같은 큰 나라에서도 인재들이 적극적으로 꿈을 찾아오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다른 언어보다 폐쇄적인 한국어를 쓰고, 정서상 외국인을 배척하는 경향때문에 인재 확보가 어렵다. 이는 단순노동에서조차도 타 국가보다 업무선호도가 낮아지고 있고, 더욱이 유능한 인재 유입은 훨씬 어려워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적당히 일 잘하는 사람을 내치고 최고의 슈퍼스타들을 모셔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건축가 유현준의 말을 빌리면 넷플릭스에서 1등을 한 <오징어게임> 같은 걸 만드는게 아니라, 넷플릭스같은 플랫폼을 만들 수 있어야 하는데 어려워보인다. 왜냐하면 인재를 모으는게 더 어려워지니까. 그래서 결국 인구 감소 현상의 흐름에서 중요하게 치고 올라올 능력은 인적 자원 관리라는 생각이 든다.

최고의 성과를 내는 사람은 당연히 보상을 제공하고 도전에 직면하게 해야겠지만, 통계상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평범하다. 혹은, 특별한 사람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적다. 모든 과정이 통제와 권위하에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평범한 사람들을 어떻게 최고의 성과를 내는 직원으로 만들수 있을까? 결국 책임자가 사람을 이끌어야 한다. 온보딩 및 지속적인 케어, 책임과 자유, 그리고 적절한 피드백이 필요할 것이다.

앞으로는 당근과 채찍을 명확하게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시니어의 중요 덕목으로 되고, 여기에서의 ‘채찍’이란 <규칙 없음>에서 말하는 솔직한 피드백이라고 본다. 누구도 싫은 소리 하기싫고, 듣기도 싫어한다. 이를 어떻게 서로 소통하여 성장할 수 있을까? 프로덕트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혼자 빨리 가는게 아니라 멀리가길 택한다면, 사람들과 어떻게 함께갈것인가?

 

 

+ 추가로, 넷플릭스의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가 공유한 "Netflix Culture: Freedom & Responsibility”의 한국어 버전을 공유드립니다: https://www.slideshare.net/watchncompass/freedom-responsibility-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