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Book

[기획자의 일] 리뷰

Susie Bannion 2024. 1. 30. 15:10

 

 

사실 it 회사에서의 서비스 기획자와 전략기획실의 기획자는 하는 일이 꽤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것저것 다 해야하는 스타트업의 기획자라면 모를까, 보통 개발자/디자이너와 함께 일 하는 기획자는 웹이니 앱이니 하며 컴퓨터 세상으로 뛰어들고, 중견/대기업 전략기획팀에서 일하는 기획자는 발등에 불떨어지듯 보고서를 쓰고 외근도 잦은편이다. 그렇지만 큰 틀에서 기획을 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고 생각했으므로, 이를 인지하고 책을 읽었다.

 

간단히 말하면 넓게보고, 상대의 입장을 고려해서 글을 쓰고, 섬세한 관찰과 역동적인 글쓰기를 적으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계속해서 책의 내용에는 ‘상사를 납득시켜라’ 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는 틀린말은 아니지만 왜 이게 책의 전 내용에 걸쳐 지나치게 강조되는지 생각해보았다. 전형적인 직급체계 내의 이야기. 상대적으로 기업이 클 수록 큰 자본이 필요해지고 이를 굴리기 위해서는 안전장치가 많아져야 하기때문에 빈틈없는 논리와 해결책을 만들어가야 하기 위함이겠지. 하지만 사원급의 눈으로 보기엔 너무 강조가 많아서 후반부 '감정' 파트로 가니까 ‘상사 비위 맞추기’ 라는 느낌이 들었다. 실무진 입장에선 상사를 납득시키는게 당연히 중요하긴 한데, 이렇게까지 결재에 목을 매야하는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하고있지는 못하지만) 수많은 가설을 테스트해보고 유의미한 결과를 찾아낸다, 라는 풍조가 강한 PM세계의 분위기와는 다르다고 느껴졌다. 뭐, 물론 IT는 돈이 안드니까 가능한거고. 이러한 전략 기획은 상대적으로 형체를 가진 물건을 다루고 자연스럽게 자본이 많이 드니까 어쩔 수 없는 거같기도 하다. 

 

책 자체는 정리가 잘 되어있긴 한데 동어반복적인 요소가 약간은 있어보인다. 극초반부에 있었던 a일때 ~해라, b일때 ~해라 이런식으로 간결하게 더 압축적으로 적었으면 더 가독성이 좋았을듯. 예시가 풍부한건 좋지만 설명이 좀 반복된단 느낌이 든다. '영 못미더운' 실무진을 위한 책이라서 최대한 눈높이 설명을 해주느라 그런걸까. 상사 입장에선 부하직원이 못미더워도 최대한 칭찬해주려고 애쓴다고 하셨으니 뭐... 근데 틀린말은 아니다. 

스타트업에서만 일해본 입장으로서는 상명하복의 세계가 약간 낯설다. 책의 예시중에서 수평적 문화를 도입했을때의 마이너스 포인트가 '상사들의 기분이 나쁘다' 가 주된 내용인것도 의아했다. 이거 말고도 더 좋은 예시가 있을텐데. 직급 대신 시니어와 주니어로 나눈다, 오히려 갑자기 호칭을 없애면 대화에 부담을 느껴서 더 대화를 안하게 되버릴 수 있다 같은 의견은 동감 한다. 아마 저자 개인의 의견이라기보단 이게 아직까지의 대세 의견이란 거려나. 스타트업은 대체로 'XX 매니저' 나 최소 'XX 님', 혹은 영어이름 부르는게 너무 흔해서 조금 와닿지는 않았다. 나는 만약 내가 과장을 달고 있는 상태에서 스타트업의 'XXX 매니저님'으로 간다 한들 별 문제는 없을 것같은데. 모르겠다 대기업이라는 특수성이 있는걸까? 다소 모호한 부분.

 

어찌됐든 배운 점들은 많다. 입장바꿔 생각해보기 라던가. 이 일을 시킨 이유를 생각해보기 라던가. MECE 같은 것들은 사이드 프로젝트 하면서 어깨너머로 들었었는데, 이번 기회에 제대로 학습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 외에도 다양한 사고 방법을 훑어줘서 좋았음. 내가 지금 맡은 일은 보고서를 쓸 일은 별로 없지만, 사고 흐름이나 방향성 같은 것들을 잡기에는 필요한 글이었다. 전략이 재미는 있어보인다. 나의 생각과 논리로 팀과 회사가 움직이니까. 기획이라는 넓은 틀에서 전략 기획에 조금 관심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