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Book

[사용자를 생각하게 하지마!] 리뷰

Susie Bannion 2023. 7. 7. 22:03

 

 

안겪어보신 분은 간첩이시거나 축복받으신 분

 

 

디자인, UX/UI쪽에서 거의 교과서처럼 추천되는 책. 문제는 2000년대 초반에 나온 책이라 그런지, 지금 보기에는 다소 예시도 올드하고, 지금과는 다른 얘기도 있어서 감안하고 봐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있는 책인데, 개인적으로는 처음 입사했던 3년전에 이 책을 보았다면 좋았을것같다. 지금이야 실전으로 비벼져서 어느정도 눈치껏 해결이 가능한 영역이 있지만, 웹사이트 제작을 중점으로 하던 곳에 처음 입사한 신입사원 기준으로는 너무나 좋은 책일것같음.

 

가장 좋은점은 실무자의 입장을 고려한다는 점이었다. "대표님이 이거 키워달라던데요." 물론 현실적으로 윗분들의 강제 요청에 대해선 명쾌한 해결책을 줄 수 없지만, 적어도 수치화를 해서 입증한다던가 경영쪽에서 쓰는 단어를 적극 활용해서 설명해야 한다는 설명은 너무나 맞는 말이었다. 아마 약 20년전에는 인터페이스단에서 데이터를 수치화하여 입증한다는 개념이 적었을 것같은데, 이제는 그 개념이 너무나 당연하겠지만 당시로서는 신선했을 것같다.

 

과거와 지금 다른 점들에 대해 적어보겠다.

 

1. '플랫한 디자인 때문에 디자인의 생명력이 사라졌다'?

저자는 플랫디자인이 보기에는 좋다는걸 인정하지만, 유용한 정보도 함께 많이 날린다는 단점을 언급한다. 그러나 요새 나오는 디자인들은 너무나 깔끔하고 또 플랫한게 오히려 기준이 되어가고 있는 것같다. 아, 물론 과거 아이폰이 처음 나오던 시절처럼 3D처럼 명암이 두드러지게 보이는건 아니고 살짝 볼륨감(입체감)을 주는 디자인도 많이 나오긴 하는데 나의 기준으로는 그래도 디폴트가 오히려 플랫한게 아닌지 싶음.

 

2. '평가버전 테스트/사용성 테스트가 아니면 유저의 생각을 절대로 알 수 없다'?

'절대로' 같은 말은 함부로 쓰면 안 된다. 물론 직접적으로 테스트 하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지만, 요새는 유저스토리라는게 있다. 최종 사용자 기준으로 작성(흔히 '빙의'라고 하는) 해서, 어떤 작업이 고객에게 특정 가치를 제공하는 방법을 명확히 설명하는 것이다. 빙의한다고 해서 불특정 대다수 유저들의 마음을 완전하게 대변하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그러한 기법이 있고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3. '개발자들은 하나의 대상을 두 버전으로 분리해서 만든다는 건 정신나간 행위나 다름없다는걸 체득했다'? 

'불편하시겠지만 웹으로 보시겠습니까' 라는 언급이 담긴 사진은 너무나 웃겼지만, 반응형은 이제 너무 널리 쓰이고 있는 방식이라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요새는 더 초고화질이 많아져서 1920px을 뛰어넘는 수준도 요구하는 상황이라 더욱 신경써야 하는 요소이고. 물론 '확대서 볼 수 있게 하기', '웹용 페이지 제공',' 홈페이지로 데려가지 마라'는 유효한 요소이지만 반응형이나 적응형 모두 이제는 너무 당연해서 갸웃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의미있었던 점은 다음과 같다.

 

1. 교과서는 교과서다.

비록 예시들이 올드해지고 몇몇 예측이나 의견은 이제는 틀린 것으로 판명되었지만,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가장 중요한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은 매우 유효하다. 가령 '사용자가 사이트의 핵심 가치도 이해하지 못하는데 캐스케이딩 메뉴나 메가 메뉴중 무엇을 선택하느냐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같은 문장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이런 큰 그림을 그리는 생각들을 생각보다는 실생활에서 접하기 매우 어렵기때문에,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반드시 인풋을 넣어주어야한다.

 

2. 실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예시

'어쨌거나 대표님(C레벨)의 난입'이라던가 아니면 '종교적인 논쟁'이라는 만평이 너무 공감이 많이 됐다. 참고로 뭐가 더 나은지에 대해서는 중요 인물이 갑자기 휴가를 갔다거나 릴리즈가 바로 앞이라서 잠시 참석이 어려울때 빼고는 가급적 빨리 결론짓는게 낫다. 왜냐하면 시간이 지나도 대체로는 결론도 안나고, 심지어 구체적으로 무슨 이슈였는지도 깜빡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결론은 '누가누가 무얼 더 좋아하냐' 보다는 무엇이 더 '일반적인가'를 초점에 두면 좋다. 경쟁사라던가, 라이브러리라던가.

 

3. 당연한 것들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

이 책을 3년전에 보았다면 좋았을것같다고 한 이유는 그때는 몸통박치기로 모든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브레드 스크럼이라던가, 헤더라던가 이런 모든 것들을 나는 직접 만들면서 깨달았다. 다행스럽게도 그 결과가 이 책에서 모범적이라고 말하는 것들과 동일하다는 것을 확인하여 다행이었다. 그리고 현재도 나는 사람들이 절대로 자세히 안본다는 것을 기반으로 구성을 판단하기때문에, 이것또한 내가 잘 판단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추가로, 요새는 아티클들이 워낙 잘나와서 네카라쿠배 블로그만 들어가보아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책도 책이지만 현업자들이 쓴 아티클들을 검색해보는것도 좋을 것같다. 가장 최근에 보았던건 토스의 '좋은 에러 메시지를 만드는 6가지 원칙'. 책도 책이지만 필요할때마다 아티클 참고하는 습관을 들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