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Book

[유난한 도전] 리뷰

Susie Bannion 2023. 3. 31. 21:10

 

 

"우리는 미친 것처럼 보이는 꿈을 꾸지만 결국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낼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죽을테니까."

 

보는 내내 스타트업의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픽션도 아닌데 이렇게 재밌을 수가 있나,라고 생각한 이유는 아무래도 내가 아주 오래전부터 토스유저였기 때문에 주요 사건사고들을 보며 '아 그랬었지!' 하고 공감하며 읽은게 큰것같다. 예를 들어 토스 대부는 내 머릿속에서 이미 사라졌지만, 기억을 더듬어보니 아주 예전에 트위터였었나 한창 저 단어가 해시태그 #토스대부 이래서 엄청 논란이었었던 걸로 기억한다. 가까운 과거에는 직장 동료들이 토스 증권을 개설하면 국내 주식을 주는 이벤트를 한다며 소개를 받았었고, 그때 동료들끼리 얼마나 더 높은 가격의 주식을 받았나 얘기하며 웃었던 기억도 났다. 그래서 이 책은 토스팀의 일대기를 다룬 책임과 동시에, 내가 오랫동안 사용한 앱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유난하다,라는 단어는 '언행이나 상태가 보통과 아주 다르다. 또는 언행이 두드러지게 남과 달라 예측할 수 없는 데가 있다.'라는 뜻이다. 한국어 원어민으로서 느끼기에, 여기에서 '다르다'는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가 담겨있다고 느낀다. 가령 저 사람들 유난 떤다, 특히 이 물건만 유난히 안 좋다 등 '유난함'은 모난 돌 같은 느낌이라고 보고 있었다.

그 점에서 유난한 도전, 이라는 말은 다소 갸웃한 느낌이 들었다. 미친 듯이 도전한다는 걸까? 그 정도까지 할 필요는 없어보이는데 너무 무모한 도전을 한다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내가 생각했었던 다양한 가정들은 전부 맞았다. '평범한 대부분의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말이다. 이 책을 보며 토스팀이 정말로 유난하게도 살아왔고, 그 유난한 도전들이 쌓여 이게 가능할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놀라운 업적을 해낸 것을 알 수 있었다. 

 

딱 한 가지 부분에서 의아했던건 지나치게 남을 몰아세우는 태도였다. 맞다, 남들 다 하는 수준으로 일하고 생각하면 딱 그 정도의 성공만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끝없이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고 몰입하고 쓰러져도 일어나는 과정, 그리고 그게 대부분에게는 반사회적으로 보일지라도, 성공 하나만을 위해 독기 넘치게 살았으므로 종국에는 처음에 꿈꾼 야망을 이룬지도 모르겠다.

나중에는 토스팀에도 People & Culture 팀이 생긴 것을 보면 과거와 같이 '이게 왜 축하할 일이죠?'라고 쏘아붙이는 일도 없을 것이고, 리팩토링 할 거면 지옥에나 가서 하라는 말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최근 화자되고 있는 동료평가에 의한 사직 권고 같은 뉴스가 나오는 것을 보면, 이부분은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다만 나는 이러한 언행도 일정부분 토스팀의 정체성에 기반한 일들이라고 느낀게, 그 누구도 자기의 치부를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는데 왜 이런 내용을 썼는지 생각해보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잘한 건 내 탓, 못한 건 남 탓을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 책의 화자는 왜 그 사람이 그렇게 말했는지 설명을 덧붙여줘서 적어도 최소한의 이해는 가능했다. 즉, 얼핏 보기에는 상당히 이미지 깎아먹는 모습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모습에서 오히려 좀더 신뢰감이 갔다. 비록 몇몇 말들은 좀 격하긴하지만... (나 또한 '완전한 솔직함'을 가슴 한켠에 두고있지만 그렇다고 내가 동료에게 '당신은 정말 바보같이 말하네요' 라고 말하고싶진 않다. 완곡하되, 솔직하게 사실을 말하고 싶다)

 

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요지는,

0. 가설을 뒷받침할만한 논리와 생각을 정리한다.

1. 저렴한 가격으로 가설을 검증한다.

2. 1번을 최대한 많이 시도한다.

3. 유의미한 방향성을 찾는다. 

이다. (역시 자기가 제일 관심있는 것에 가장 기억이 많이남는다) 이론에서 봐왔던 그대로를 실제로 실천하고 성과를 이뤄내는 과정을 보며 토스가 마치 살아 숨 쉬는 생명체같이 느껴졌다.

 

그래서 마침내 은행과 증권이라는 거대한 개척을 해낸 토스를 보며, 예전에 누군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복음서를 통틀어 예수가 기적을 일으킨 순간은, 대담한 방해꾼이 예수의 스케줄을 치고 들어오는 때였다고 한다. 그러므로 내 삶의 일탈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고, 흐트러진 일상이에야말로 기적이 기어들어오기 좋다고. 나는 종교도 없고 성서를 제대로 본 적도 없지만, 결국은 마찰과 갈등은 무언가를 해나가고 있음을 나타냄을 의미하고, 그것을 극복하면서 더 성장할 수 있는 것 같다. 설령 극복하지 못한다 해도 마찰을 경험하는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자양분이 되는 것 같다.

나 또한 금융권과 법에 밀접한 영역에 한쪽 발을 담그고 있는 기획자의 입장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콜드메일을 보내고, 초등학생 때 이후로는 거의 써본 적 없는 지식IN에 질문을 작성한 일화들이 생각이 났다. 솔직히 그렇게 하는 와중에도 '내가 유난인건가?' 싶을때도 있었는데, 돌이켜보니 긍정적인 유난이었던 것같다. 일단 집념을 잃지 말자. 체감상 두드리다 보면 열릴 때도 꽤 있었고, 열리지 않더라도 그 틈새로 무언가를 보았던 것같았다. 그리고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