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Book

[이게 무슨 일이야!] 리뷰

Susie Bannion 2023. 2. 24. 12:57

이게 머선일이고

 

책 [이게 무슨 일이야!] 는 2022년 4월 1일에서 열린 동명의 컨퍼런스 연사 내용을 책으로 옮긴 것이다. 컨퍼런스에 대해선 잘 몰랐지만, 가볍게 읽기 좋을것같아서 선택했는데 생각보다 내용이 마냥 가볍지는 않았다. 이 책의 일부를 빌려 적자면, '헐렁한 척 하면서 매우 치밀한 회사다' 라는 느낌이 물씬 드는 책이었음.

 

가장 공감이 가는 파트는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 / 김봉진 의장> 편이였다. 왜냐하면 평소에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 동일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12시 1분은 12시가 아니다' 에요. 구성원들은 처음에 '지각'으로 이해했고 실제로 지각하지 말라는 의도도 어느 정도 있어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서로 약속을 잘 지켜야 한다는, 일을 대하는 태도 이야기예요. 

 

마케팅과 브랜딩에 대한 차이점을 이야기할때, 이 부분이 흥미로웠다. 철학이라는 단어를 요새는 그렇게 많이 사용하지는 않는 추세이던데, 역시 클래식은 클래식이다.

'마케팅 전략' 이라고 할 때 '전략'은 전쟁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에 항상 상대방이 있어요. 그래서 전략을 세우기 전에 상대방을 먼저 살피는게 매우 중요해요. 반면 통상적으로 '브랜드 전략'이라고 말하진 않죠. 브랜드는 철학이라고 이야기해요. 철학은 내면을 돌아보는 것이고, 내가 누구인지 먼저 살펴 보는 것이 중요해요. 

 

전체적으로 흥미로웠던 점은, 함께 일하기 좋은 사람은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라는 맥락이 보였다. 이 일을 왜 하는지 스스로에게나 다른 사람들에게나 물어볼 수 있어야 하고, 어떻게 하면 UX 뿐만아니라 내부 팀원들의 경험을 향상시킬것인가 등등 모든 영역의 사람들이 고려하는 지점이라고 느껴졌다. 관련해서 최근 회사에서 신년을 맞아 OKR을 계획했었는데, '긍정적으로 행동하고 서로 존중하기' 라는 목표가 있었음이 떠올랐다.

 

또한 상당히 재미있었던 점은, 회사는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하지만 감정 자체를 배제하지는 않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인정받고싶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싶다, 저 사람이 밉다/좋다 같은 것들은 자연스럽고, 당연히 그런 마음이 들 수 있음을 전제한다.

가령 "회사에서 안좋은일 있었어" 란 말은 일이 힘든 것일수도 있지만 "회사에 빌런이 있어서 힘들다"라는 말일수도 있고, "일이 안풀려서 힘들다" 라면 그 일을 어떻게 하면 풀릴지 동료와 논의해볼 수 있다. 즉 힘들고 어려운 감정들을 포착하여 어떻게 업무에 긍정적으로 발휘할지, 즉 사람을 어떻게 운용해서 아웃풋을 잘 낼수있느냐가 포인트라는게 인상깊었다. 그것들이 누군가에겐 단순하게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으로 처리가 되고, 누군가는 실제로 문제해결을 위해 고민하길 바라는 거고. 또 의견을 주장할때 상대의 입장과 감정을 고려해서 이야기를 꺼내면 자연스럽게 상대방도 의견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고. 

 

다소 공감이 가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싫어하는 사람과 일하는 방법 / 장인성 CBO> 편의 "'의도를 짐작하기'를 멈춰주세요" 이다. 요지는 "어떤 사람 두 명이 각각 똑같은 행동을 해도, 내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그 사람들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곤 하기때문에, 최대한 타인에 대한 의도는 멈추자." 라는 것인데, 물론 십분 이해가 된다. 왜냐하면 굳이 악감정을 가져서 척을 질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이 동하지 않은 이유는, 주변에 간혹 노력하는 의지를 보이지 않거나 자기 일이 우선이고 다른 사람의 처지는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편의 시각으로 보자면 그런 사람들일수록 오히려 더 꼼꼼하게 챙겨서 커버해라, 라고 하던데 개인적으로는 어느정도 권한이 있는 사람이 반드시 개입해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었다. 

 

상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일 잘하는 ‘척’하는 법 / 한명수 CCO> 로, 얼핏 보기에 연극같은 문체 그리고 일반적인 처세와는 결이 다른 내용이 흥미로웠다. 예를들어 이 파트에는 상대방의 말을 따라해라, 충성심을 보여라 같은 언급이 있는데 얼핏 보기에는 이게 대체 무슨 내용이지? 라는 느낌이 들 수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결국 상대방의 말을 따라하라는건, 장기적으로는 단어들을 의미를 습득하여 내것으로 씹어먹고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걸 암시한다. (이해가 안가도 듣는 사람은 이해를 해야 일을 진행할 수 있으므로)  또한 충성심을 발휘하는 것도, 처음에는 그 사회에 잘 적응하기 위해 어느정도는 필요할 수 있지만 무작정 샤바샤바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음을 내포하고 있다. 왜냐하면 글의 말미에서 '부끄러움'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즉, 적응하기 위해 무지성으로 말을 따라하고, 위에서 하라는대로 하는 것이 그 사회에서 인정받기 쉬운 길이지만, 주체적인 길을 가기 위해서 일하는 방식에 있어 부끄러움 이라는 감각을 가지고 가야 함이 재미있었다. 혹은 일종의 블랙코미디라는 생각도 들었음. 다만 호불호가 갈릴만 한데, 잘못 이해하면 이상한 글로 오인할 가능성도 있을 것같다.

 

결론적으로, 가볍게 읽기 좋지만 말 속에 굵은 뼈가 있다. 모든 글이 와닿진 않았지만, 대체로는 공감이 가거나 아니면 흥미를 돋우는 내용이 많았다. 가장 좋았던건 배달의 민족의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개성어린 글을 보고있다보면 배달의 민족만이 가지는 유니크함이 크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