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14. 14:04ㆍReview/Book
스크럼이란 개념을 다질 적, 가장 많이 도움을 받은 워킹어스.
이직 준비중일때 많이 봤지만, 이직에 성공하고 나서도 스크럼에 대해 다시 복기할때 많이 살펴보았었는데 운좋게도 워킹어스 채널에서 진행한 책 증정 이벤트에 당첨되었다. 최근 읽은 책 중에서는 가장 재미있어서 리뷰를 남겨본다.
※ 책을 증정받긴 했으나 100% 자발적으로 적습니다
1. "신입인데 제대로된 교육도 없이 계속 방치만 하셨잖습니까. (88P)"
랜선사수를 자처하는 퍼블리, 사수없이 시작하는 웹기획 등 최근 중간허리 없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경험있는 신입을 원하고, 이제는 신입사원 교육이 아닌 각자가 알아서 자기몫을 잘 해야하는 시대가 도래한 동시에 더이상 세부적인 위계가 흐릿해진 곳도 많아졌다. 대표적으로는 스타트업이 있을텐데, 모든 스타트업이 그런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겪어왔던 회사는 모두 디테일한 직급체계가 없었다. 즉, 흔히 사원-주임-대리 순으로 이어지는 체계 없이, 단순히 C레벨 혹은 대표가 끝인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나는 첨예한 직급과 직급 사이의 갈등은 겪어본적이 없었다.
직급 유무는 나름의 장단점이 있을텐데, 이 모든것들이 결국은 좋은 사람을 전제했을땐 장점이 두드러지는 듯하다. 모두 다 직급과는 관계없이 얼만큼 일을 잘 하느냐, 책임감이 있느냐, 됨됨이가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예를들어 매니저 체계의 수평적인 구조에서는 다른 사람에 대한 견제나 책임회피가 더욱 강해질 수 있다. 개인적으로 수평적 구조에서 일해보았을 때, 일 잘하는 사람하고는 너무나 잘 굴러갔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뭐라고 하기도 애매했다. 연차 차이도 얼마 안나는데, '같은 매니저끼리 니가 나한테 뭐라고 할수있는데?' 라고 생각할수 있을거란 염려가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뚜렷하고 세부적인 직급체계는 어떨까? 겪어보진 않았지만, 이 책을 보며 왜 몇몇 사람들은 대기업이 갈 능력이 있어도 스타트업에 가는지 알겠단 생각이 들었다. 종종 스타트업은 체계가 없고 동아리같다, 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 책에서도 보면 별로 가르쳐주는것도 없이 무작정 해오라는 식으로 대하는 경우도 많아보인다. 마찬가지로 첨예한 직급간의 갈등은 다시 나이, 정규직과 계약직, 학벌, 라인으로 나뉘어 촘촘하게 파편화되어있어서 이런 그물망에 갇혀있으면 정말로 덫에 걸린 느낌마저 들것같단 느낌이 들었다. 즉 뭐하나 쉬운건 없다는 의미이다. 물론 진 팀장처럼 교육도 시켜주고, 인간대 인간으로 이해해주려고 하는 팀장이 있으면 엄청 든든할 것같고.
2. "남의 의도를 해석하고 평가할 때 드러나는 것은 자신의 인식과 세계이다"
주요 등장인물인 'MZ사원'에 대한 살펴본다면 결국 직급에서의 존재가 아니라 한 사람을 온전히 바라본다면 이해할 수 있다,가 요지인 듯하다. MZ사원은 경력이 별로 없는 경우가 많기때문에 상대적으로 실수를 할 가능성은 높다. 하지만 체감상 자잘한 실수는 저연차들이 많이 하지만, 큰 실수는 고연차들이 더 많이하는걸 누누이 봐왔다. (여기에서의 큰 실수는 업무와는 관계없는 인격적인 모독이다) 그들은 그래도 되는 직급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끊임없이 내적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 흐름을 보며 느낀건 모든것을 자기의 경험에 비추어 생각한다는 점이다. 나도 이직을 준비했으니까 쟤도 이직을 준비하는 것일거다, 내가 회식이 싫었으니까 저 사람들도 회식을 싫어할거야 등. 물론 이러한 시각은 공감을 하고자 하는 시도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당연히 생각을 안하는것보단 백배 낫다, 하지만 정확률은 낮을것이다.
과거 인지심리학 수업을 들었을 때, 특이한 실험을 하나 한적이 있었다. 바로 눈앞에 있는 사람을 처음 보는 외계인이라고 생각하고 몇분동안 뚫어져라 관찰하기. 웃음이 터져나와도 시선을 피하지 않고, 내 눈앞에 있는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묘사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사람을 주관적, 사회적 접근으로 보는게 아니라 눈앞에 비쳐지는대로 서술해보자는 의도였다. 그러자 내 앞에 있는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이 예뻐보였고, 생각보다 너무 많은걸 내 주관적으로 인지한다는걸 깨달았었다.
물론 사람에게 선입견이 있는 이유는 인지적 자원 비용을 낮추고 나에게 닥칠 수 있는 위협을 대비할 수 있기 때문에, 나의 주관적 해석과 편견을 모두 버릴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은 높은 확률로 오해일 가능성이 높고, 사람의 히스토리란 참으로 다양하기에 함부로 평가할수도 없다. 즉,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은 솔직하게 자신의 상황과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어야 하고,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어야 함을 느꼈다. 그리고 이러한 소통이 업무 능률에도 도움이 된다는걸 체감했다.
3. "미안하다, 사랑한다"
그리고 소통을 위해서는 미안하다, 죄송하다, 고맙다, 감사하다 같은 말들을 잘 할 수 있어야 함을 느꼈다. 이는 비단 사원만의 이슈가 아니라, 모든 직장인에 대해서라고 느꼈다. 개인적으로는 주인공이 느꼈던 '저 사람은 잘못을 했는데 왜 죄송하단 말을 안하지?' 라고 생각해본 경험도 있고, '저 사람은 죄송하다고만 하고 발전이 없네' 라고도 느꼈던 입장으로서 참 마음이 복잡했다. 그렇지만 적절한 때에 반드시 표현을 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4. 부드러운 카리스마
흔히들 강형욱을 묘사할때 부드러운 카리스마, 라는 말을 하던데 무조건적인 사랑이 옳은게 아니라 적절한 위계가 중요함을 강조하는 태도가 인상깊었다. 이는 부모자식간에도 적용되는 것이고, 회사에서도 중요한 요소로 보인다. 다만 이는 정말로 필요한 말만 강조하는 것이지 물리적 행사나 인격모독을 동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것들이 싫어 몇몇 사람들은 일부러 프리랜서만 한다고 들었다. 하긴, 무조건 연차가 쌓인다고 관리직이 되고싶진 않을테다. 하지만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단 말처럼, 결국 큰 책임을 진 사람은 더 큰 역량을 펼칠 기회를 가진 것이기도 하니까 기회가 된다면 나 또한 책임을 져보고싶다. 그게 비단 팀장이든, C레벨이든 말이다.
추가로, 진팀장이 차분하게 팀 회의에서 권 차장에게 보고서를 지시하는 때 진심 사이다였다. 후반부 효자손의 강력한 한방도 나름 사이다지만, 궁지로 몰아세우는 모먼트 정말 짜릿하다. 합리적이고 날카로운 압력, 나의 베스트 장면이다.
5. 내용에 대한 감상
일단 재미있다. 집에서, 지하철에서, 회사에서 틈날때마다 보았다. 아무래도 브런치와 퍼블리에서 날리던 글을 가져와 그런지, 대중성도 있어보이고 읽는것도 순식간에 읽었다. 가장 좋았던 요소는 진팀장 스스로가 성찰할 수 있는 캐릭터란 점이다. 계속 성장하는 주인공을 보며 흡족감을 느꼈고, 또 스스로의 모자람이나 실수를 빠르게 파악하여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인지가 가능해서 좋았다. 그리고 흔히 말하는 MZ사원들을 자기주장만 하는 개념없는 세대가 아니라 합리적인 생각에 기반해서 말을 한다는 것, 그리고 각자의 사연이 있는 캐릭터들로 만들어 준것도 좋았다.
아쉬운점은 2/3정도까지는 현실적이면서도 좋은 의미로 드라마틱했는데, 마지막 후반부에 가면서는 꽤 신파적이라고 느껴졌다. 같은 소재여도 덤덤하게 표현했거나, 아니면 조금 드라이하게 서술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물론 저자가 심리학을 전공했고, 또 진팀장이 내적 성찰과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으로 나오기때문에 힐링 요소를 접목시킨것이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 하지만 '내향형 팀장을 위한 리더십 레슨'이라던가, '자기계발서보다 훨씬 유용하다' 라는 말은 조금 앞서간 말같다. 차라리 추천의 글에 있는 "[이렇게 해야한다]라고 말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에피소드를 제시해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독자 스스로 깨닫게 한다" 라는 말을 응용하면 어땠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매우 추천하는데, 첫째로 일단 뼈저리게 공감이 가서 재미있다. 직급이 세분화되어있지 않은 회사에 다녔던 나로서도 이렇게 공감이 가는데, 대부분의 직급체계 종사자들은 얼마나 더 공감이 갈까? 둘째로는, 중간중간 많은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주인공의 성찰에서 배울점들을 찾을 수 있기때문이다. 기존의 자기계발서는 이러이렇게 해라, 라고 지시하지만 이 책에서는 생각의 흐름에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레 나도 내 생각의 흐름이 생긴다. 그런 점에서 좀 더 실제적이고, 또 인간중심적인 사고방식이라 공감능력도 함께 높아지는 기분이다. 갈등과 절충속에서 캐릭터들은 울고 웃고, 그속에서 나도 같이 울고 웃으면서 진팀장과 함께 성장해나가는 느낌이들었다. 그리고 진 팀장이 (중간에 한번 소리를 지르긴 했어도) 최대한 이성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자세도 본받을만 하다고 본다.
아무리 직급이 높아도 인풋이 없으면 고인물이 된다. 항상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것을 흡수하고, 더 큰 일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모두의 힘을 합쳤을때 시너지가 난다는 점을 잊지말자. 혼자 가면 빨리가지만, 같이 가면 멀리간다. 최소한 아직은 회사에 있는 사람으로서, 남에게 도움이 되고 또 남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그리고 남을 이끌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항상 성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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