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4. 09:49ㆍReview/Book
리뷰에 앞서, 나는 막연하게 이 책이 IT업계의 트랜드를 소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단순하게 말하자면 <비전공자를 위한 IT 지식>보다 좀더 깊으면서도,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설명한 아주 좋은 교과서같은 책이라고 볼 수 있다. 교과서같다고 해서 지루하다거나 너무 옛스럽다는게 아니다. 정말 잘 적은 전공서는 몇번을 읽어도 질리지가 않듯, 이 책이 그러하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이 책의 원제도 찾아보았다.
원제: [Swipe to Unlock: The Primer on Technology and Business Strategy (Fast Forward Your Product Career: The Two Books Required to Land Any PM Job)]
해석: [밀어서 잠금 해제: 기술 및 비즈니스 전략 입문서 (당신의 제품 경력을 빠르게 쌓기: 모든 PM 직책을 맡는 데 필요한 두 책)]
사실 내 취향으로는 원제가 좀더 와닿았지만, 아무래도 대중을 상대하기에는 한국 제목이 좀더 직관적인 듯하긴 하다. (스와이프해서 잠금 해제는 주로 아이폰 유저에게 친숙한 개념이기도 하고)
그렇다면 원제에 적혀있는 두 책중 다른 책 하나는 무엇인고? 하고 아마존에서 세트로 묶어파는걸 보니까 한국에서는 [7가지 코드] 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책이었다.
원제: [Product Management's Sacred Seven: The Skills Required to Crush Product Manager Interviews and be a World-Class PM (Fast Forward Your Product Career: The Two Books Required to Land Any PM Job)]
해석: [제품 관리의 신성한 7가지 - PM 면접을 뿌수고 월클 PM이 되기 위해 필요한 기술
(당신의 제품 경력을 빠르게 쌓기: 모든 PM 직책을 맡는 데 필요한 두 책)]
요 책의 소개를 보니, '빅테크 기업 현장의 생생한 분투기와 제품의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모든 과정의 노하우' 라고 하는데 오히려 이 책이 내가 막연하게 기대했던 내용이었다. 그래서 올해 안으로 이 책도 뿌셔보려고 찜해놨다.
다시 돌아와서, 앞에서 밝혔듯 이 책은 매우 술술 넘어가는 책이다. IT지식이 어느정도 있는 입장에서도, 그렇게 마냥 쉬운 예시만 나열하는게 아니라 내용적 깊이도 있고 또 실제 사례들이 매우 적절하게 소개되어있어서 아주 실용적이다. 물론 2000년대 후반부터 2018년 정도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있기때문에, 2023년을 살아가는 사람의 눈으로 보기에는 조금 옛날얘기처럼 느껴질수 있지만 그 뉴스들이 준 임팩트는 유효하게 크다.
가장 좋은건 'MS가 링크드인을 인수한 진짜 이유는?' 같이 호기심이 갈만한 주제들을 던진다는 사실이다. 해외에서 번역된 책들을 보면 가끔씩 내가 평소에 쓰는 앱과는 다른 2000년대 이야기가 나올때가 있어서 지루한 때가 있는데, 여기 나오는 앱들은 메신저 앱 빼고는 나도 직간접적으로 써봤어서 더욱 흥미가 갔다.
가장 재미있었던 파트는 '사업적 판단'과 '신흥국' 파트였다. 소셜 네트워크가 왜 VR 게임기 회사를 인수햇는지, 왜 메신저 앱을 인수했는지 그 진의를 파악하는게 흥미로웠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당시 인수했던 회사가 처해있는 상황, 그리고 인수된 회사가 어떤 활약을 펼쳤기때문에 매력적으로 보였는지가 설명돼있어서 근본적인 이유를 알 수 있어서 유익했다.
가령 'MS가 링크드인을 인수한 진짜 이유는?'
1. 비즈니스 및 커리어계의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인 링크드인은 기존 MS에는 없는 구심점이 되는 프로필을 바탕으로 제품 사용 및 소셜 활동(잠재고객 또는 직원 찾기 등)을 할 수 있다.
2. 링크드인의 데이터와 프로필을 자사 오피스 제품과 결합하여 연계성을 높이고 이 데이터를 토대로 MS 제품도 개선시킬 수 있다.
3. 높은 가치를 가진 링크드인의 데이터를 경쟁자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채용사이트 유저들은 대부분 진지하게 정확하게 정보를 적으려는 경향이 있으므로 정보 퀄리티가 높다.)
위에는 내가 간단하게 요약한 내용인데, 각 번호마다 예시를 상세하게 덧붙여주어서 이해하기 용이했다.
이 책은 꽤 진지한 논의를 꺼내기도 한다. 가령 '11장 기술 정책' 파트에서 특정 통신사에서 왜 특정 앱들을 데이터 없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끔 하는지 꺼내면서, 망중립성을 설명한다. 인터넷 접속에 대한 지배권을 가지고 있는 ISP(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는 ① 노골적으로 트래픽을 차단한다던가, ② 속도를 제한한다던가, ③ 특정 사이트가 더 빠르게 노출되도록 추월 차선을 제공하는 부당행위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제로레이팅과 같은 것들은 대기업의 편에 서서 혁신을 저해하게끔 만들고, 독과점으로 인해 요금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의견이 적혀있다. 이에 대해서는 독자 내에서도 의견이 달라보이는데, 가령 아마존의 리뷰중에서는 망중립성 폐기에 대해 길게 주장한 댓글이 있었고, 편견어린 내용이 많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 프로덕트를 만드는 사람인 저자 입장에서, 스타트업이 만들어질 수 없고, 대기업이 자본으로 고객들을 구매하며, 그로인해 뜬금없이 신흥강자가 만들어지는 프로세스가 과연 옳다고 생각할까? 비록 그들이 거대 기업의 PM이고 또 사업을 운영해본 경험도 있는 사람들이지만, 나 또한 망중립성 폐지가 적절해보이지 않는다. 모든걸 돈으로 써서 시야를 가려버리고 만들어진 틀 안에 사람을 넣는 것같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저자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저자들이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최대한 양쪽 모두를 설명하고자 애썼다는게 느껴졌다. 예를들어 누군가에게는 AI가, 누군가에게는 망중립성이 위협으로 느껴질 것이다. 저자는 사실상 망중립성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그 기술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고, '(...) 그러나 이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다'이라며 마무리를 하는 식으로 정리된다. '내가 감히 조언 하고 싶은것이 있읍니다. 너무 AI? 챗지피티? 사용하지 마세요.' 라고 해봤자 쓸사람은 다쓸것이다. 환경에 적응하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어찌됐든 망중립성은 계속해서 논의가 되고있고 미국에서는 사실상 폐지된듯하다. 한국은 아직까지도 계속 미적지근하게 이어지는 듯하고. 개인적으로 제로레이팅은 좋지 않다고 보는데, 코로나가 극성일 때 정부가 이통 3사에게 모든 학생이 데이터요금 부담 없이 EBS 등 주요 교육사이트를 스마트폰으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사용량을 차감하지 않게끔 했다는 것을 보고 이런건 좋다고 생각했다. 역시 칼은 문제가 없다, 칼을 쓰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중요한 거지.
오랜만에 참 재미있는 책을 보았다. 이 책 말고도 같은 저자의 '7가지 코드'와 '코인 좀 아는 사람' 이라는 책도 궁금해져서 가급적 올해안에 다 읽어보고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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